『총리는 말했어요, “폐하, 제가 모든 사실을 말씀드려도 괜찮을 듯 하옵니다. 왜냐면 이 땅을 돌보는 지역신이 하느님께 매년 한 명의 새 왕을 허락해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기 때문이지요. 그러자 하느님은 기도를 들어주셔서 매년, 열두 달마다 당신 같은 분을 보내주셨습니다.”』
그래서 결국 유대교 설화집을 읽어줘야겠다 싶었어요. (네, 스승님) 이야기 제목은 『일년왕』이에요. 『오래전, 아주 아주 오래전에 아주 부유하고 관대한 사람이 있었어요』
아, 잠시만요. 안경을 깜빡했네요. 마법 안경을요. 와. 요즘엔 돋보기안경이 있으니 다행이죠? (네, 스승님) 옛날이라면 이 나이에는 글을 못 읽었을 거예요. 우리 할머니는 지금의 내 나이 때, 내가 이야기를 읽어드려야 했죠, 좋아하시는 책을요. 읽지 못하셨으니까요. 안경이 없으셨거든요.
『아주 아주 오래전에 아주 부유하고 관대한 사람이 있었어요. 노예가 있었는데 주인에게 아주 아주 충직했어요. 그래서 이 부자도 노예를 큰 사랑으로 친절하게 대했어요. 그 사랑과 친절이 어느 정도였느냐 하면 이런 생각까지도 했죠. 「그를 다른 노예들과는 다르게 살게 해줘야겠다. 오늘부터 더는 궁핍하지 않고 더 이상 고생하지 않도록 해줘야지」 그런 생각으로 그리 해줬죠. 노예 신분에서 풀어주고 다른 나라에 가서 팔 수 있게 많은 물건들도 줬어요. 그런 뒤에 큰 배까지 빌려줬죠. 외국 땅에 가서 자신이 준 물품들을 모두 팔 수 있게 도와줬어요』
와. (와) 훌륭한 주인이군요. (네) 훌륭한 주인이에요. 노예제도가 없는 게 가장 좋은 것이지만, 적어도 이 사람은 좋은 주인이었네요. (네, 스승님) 『그런 뒤 이렇게 말했죠. 「행운을 비네. 순조롭길 바라고 평화와 사랑과 신이 함께하길 빌겠네」』 와, 행운을 빌어줬군요. (네, 스승님)
『그러자 노예는 주인이었던 사람에게 엎드려 절을 하고 배를 타고 떠났어요. 바다에서 항해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북쪽에서 큰바람이 불어오더니 폭풍우가 됐고 그래서 배는 항로를 벗어나 해안 쪽으로 떠밀려갔어요. 날카로운 암초가 잔뜩 있는 곳으로요. 그래서 당연히 배는 암초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났어요. (오) 선원들은 다 죽었고요. (오!) 물에 빠져 죽었어요. 그리고 그 노예만이 살아남았어요. 신의 은총 덕에 나뭇조각을 붙잡았는데 그 나뭇조각은… 그러니까, 파도에…』 이런, 이젠 영어도 생각이 안 나네요.
『파도에 밀려 나뭇조각은 야생의 섬으로 흘러갔어요. 모든 물건, 모든 물품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바다 깊이 가라앉았어요. (오) 그 후 그는 홀로 모래사장에 쓰러져 있었어요. 여러 날, 여러 밤이 지난 뒤에 몸이 멍들고 만신창이가 된 그는 서서히 의식을 되찾았어요. 기운을 차리고 보니 암담하고 앞이 깜깜한 상황이었어요. 그는 살아남으려 애쓰면서 걷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갑자기 사람이 지나간 길을 보게 됐죠』 그건 누군가가 여기를 지나갔단 뜻이죠.
『그래서 그는 정말 기뻤죠. 사람의 발자국이었어요』 오, 여러분이라도 기쁘겠죠? (네, 그렇죠) 그런 절박한 상황에서 사람 발자국을 봤으니까요.
『그래서 발자국을 따라 꼬박 하루를 걸어가니 저 멀리 도성이 보였어요. 거기에 다다를 즈음 그는 깜짝 놀랐어요. 도성 사람들 모두가 뛰어나와 자신을 환영해줬어요. (오) 모든 지도자들, 즉 주지사들과 모든 도시의 시장들이 사람들을 불러 모았어요. 「와, 봐요! 여길 보세요. 여길요! 어서 보세요! 국왕님이 오셨습니다. 신께서 보내주셨어요!」 (오) 그래서 모두 정말 기뻐하며 무릎을 꿇고 두 팔을 높이 들어 손뼉을 치며 환호했어요. 「국왕 폐하 만세! 국왕 폐하 만세! 국왕 폐하 만세!」』 와. (와) 『그런 뒤 사람들은 그 노예를 휘황찬란한 궁전으로 데려갔어요』
이 이야기 아나요? (아니요, 스승님) 별로 놀라지 않은 듯해서요. 나는 놀랐어요. 전에 이미 읽었어도 잊어버려서 지금 또 놀랐죠. 정말이지 기억이 하나도 안 나요. 전에 읽었어도요. 그러니까 2년 전 팬데믹이 시작될 때였나 그랬을 거예요. 내가 처음 안거를 할 땐 읽을 시간이 있었어요. 다른 일이 없었으니까요. 텔레비전도 없고 그땐 아무것도 없었죠. 안거 때는 TV 시청이나 그런 걸 하면 안 되니까요. 그때는 뉴스도 없었고 아무것도 없었어요. 그래서 책을 읽었어요. 준비했죠. 언젠가는 이렇게 나와서 읽어 주겠다고 생각했죠. 근데 내용이 뭔지 벌써 잊었어요. 그래서 놀랐죠!
『그런 다음, 그들은 그를 깨끗이 씻긴 뒤에 빛나는 자줏빛 옷을 입혔어요. 자줏빛 어의를 입히고 머리에 왕관을 씌우고 황금 왕좌에 앉혔어요. 그는 어리둥절해하면서 왕좌에 앉았어요. 앉기는 했지만, 적잖이 당황했죠. 많은 도시의 시장들과 부족의 족장들과 여러 사람들이 차례로 와서 그에게 충성을 맹세했어요. (오) 하인들이 주인에게 충성을 다짐하듯이요』 (와) 새 왕은 자신에게 주어진 이 모든 영예를 보면서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하며 눈을 비벼봤어요. 그러면서 속으로 생각했죠. 「내가 자면서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꿈이야, 꿈일 뿐이야」 하지만 다음날 그 다음날도 그는 그 나라의 왕이었고 많은 의식과 예식이 치러졌고 여전히 왕을 위한 온갖 것들이 지속됐어요』 (오) 그래서 그는 자기가 진짜 왕이 된 걸 알았어요. 그러나 여전히 스스로에게 물었죠. 「하지만 내가 뭘 했길래 이런 지위에 오를 자격이 생긴 거지? 아, 이건 분명 일종의 시험일 거야」 그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러나 왕은 왕이니까 그는 총리대신을 불러서 물었어요. 『그대와 많은 지도자들, 이곳의 모든 시민들이 나를 왕으로 만든 이유가 무엇인지 말해 주겠는가? 언제까지 내가 이렇게 통치할 수 있는가?』
『그러자 총리대신이 이렇게 말했어요. “폐하, 제가 모든 사실을 말씀드려도 괜찮을 듯 하옵니다. 왜냐면 이 땅을 돌보는 지역신이 하느님께 매년 한 명의 새 왕을 보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기 때문이옵니다. 그러자 하느님께서 기도를 들어주셨고 그리하여 매년, 열두 달에 한 번 당신 같은 분을 보내주셨습니다. 그 사람이 도착할 때마다 폐하께서 보셨듯이 대신들부터 평민에 이르기까지 전부 달려나가 환영한답니다. 그런 뒤 이 사람은 온갖 왕족 대우를 받으며 왕이 됩니다.”』 간단하군요.
『그러나 이 왕은 딱 1년만 통치할 수 있습니다. 1년 뒤엔 왕궁에서 쫓겨나게 됩니다. (와. 오) 그의 모든 왕실 의상은 벗겨지고 누더기가 입혀질 것이며 (오) 그런 다음 군대로 보내질 겁니다. (오) 그러면 병사들이 그를 바닷가로 데려가서 배에 태운 뒤에 야생의 섬으로 (와) 추방시킬 겁니다. 그렇게 계속됩니다』